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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그대 작은 소망이고 싶습니다
김형태 박사(전 한남대학교 총장)
 
오종영   기사입력  2018/07/20 [16:22]
▲ 김형태 박사(전 한남대학교 총장)     ©편집국
신문이나 방송, 더 나아가 인터넷, 카카오톡, 이메일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간다. 그런데 많아진 양에 비해 그 질은 매우 수퉁하고, 거칠고 야박하고 황폐화됐다. 그래서 비교적 정교히 다듬어진 맹명관의 시 한 편을 함께 읽으며 오염된 우리들의 일상 언어를 조금이라도 더 찰밥같이 촉촉한 언어로 다듬고 싶다.

“오늘 작은 양초가 되고 싶습니다. 제 몸을 살라 어둠을 비추고 싶습니다. 빛이 되어 당신을 비추고 당신 가는 그 길이 영광이 되었으면 합니다. 우린 모두 빛의 자녀입니다. 어느 누구도 우릴 해할 수 없고, 어느 누구도 우릴 미워할 수 없습니다. 그저 가는 그 길이, 꽃이 되게 하소서. 향기 넘치는 그 길을 당신만이 걷게 해 주십시오. 제 몸을 살라 당신의 모습을 비추고 싶습니다. 영원히 그 모습으로 남게 해 주십시오. 오늘 몽당연필이 되고 싶습니다. 당신을 그리워하는 가슴 저린 그 밤에 온통 당신만을 생각하는 글만 쓰겠습니다. 제 잃어버린 단어를 되찾게 해 주십시오. 어쭙잖은 글을 쓸까 두렵습니다. 온전히 남을 당신의 글을 쓰게 해 주십시오.오늘 낡은 전축이 되겠습니다. 모차르트의 곡도, 쇼팽의 곡도 좋습니다. 제 몸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이 당신의 영글어가는 영혼의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. 그 음악에 옛 추억을 떠올리고 그 음악에 그리워할 것이 많은 꿈 같은 시간을 주었으면 합니다. 바이올린을 떠올리고, 피아노를 떠올리며 전체보다는 부분을 아끼고 사랑하는 당신 마음에 제발 한 획을 긋게 해 주십시오. 심혼의 독백을 듣게 해 주십시오. 제 영혼의 정원에 당신의 음만 가득 차게 해 주십시오. 오늘 한 편의 시로 남고 싶습니다. 단순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만에 여유를 가지고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게 해 주십시오. 그런 안위 속에 오랜 친구처럼 우러나오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싶습니다. 새벽이슬처럼 순수를 머금은 시구(詩句)가 되고 싶습니다. 칠월에 익어갈 청포도처럼 무르익을 새콤한 포도알이 되겠습니다. 이육사가 노래했듯이 백마 타고 온 그분을 기다리는 부끄럼 많은 처녀가 되겠습니다. 기다림에 익숙한 당신의 사람이 되겠습니다. 향기로운 꽃이 되겠습니다. 당신이 언제나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향기로운 냄새를 뿜으며 아름다운 자태로 있겠습니다. 한 그루의 나무가 되겠습니다. 더운 여름엔 그늘을 만들어 당신을 쉬게 하고 열매를 내어 배부르게 하고, 바람 불 땐 안식처가 되어 당신을 품겠습니다. 그래서 오로지 당신만의 사람이 되겠습니다. 그 어떤 것도 당신과 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. 당신! 저의 소망이 되어 주십시오. 작은 램프가 되어 어두운 제 가슴을 비춰 주십시오. 제 마음의 배가 되어 노를 저어 가십시오. 이제 당신의 그 커다란 손으로 저의 연약한 손을 잡아 주십시오. 어렵고 힘든 세상에서 당신의 부르심이 없이는, 당신의 자애로운 눈길 없이는, 당신의 사랑 없이는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. 고백하게 하소서. 당신 없이 떠돌아다니던 바람 같은 헛된 방황은, 내 하찮은 영혼 자락의 객기였다는 것을 참회하게 하옵소서.(이하 생략)”

시인은 “기도하게 하시옵소서. 내 평안과 안위를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 왔던 지난날들을 뉘우치게 하시옵소서!”로 이어지면서, ①“길이 되겠습니다.” ②“당신을 지켜 줄 담장이 되겠습니다.” ③“당신의 그림자가 되겠습니다.” ④“당신의 찻잔이 되겠습니다.” ⑤“낡은 오르간이 되겠습니다.” ⑥“벽에 걸린 그림이 되겠습니다.” ⑦“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유리창이 되겠습니다.” 라는 서원과 각오로 이어진다.

신앙이 영글어갈수록 나 중심에서 타인 중심을 거쳐 하나님 중심으로 옮아가는 것이 분명한 이치다.
 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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